피해 주민의 손에 쥐어진 희망, 특별재난지역 지역사랑상품권
갑작스러운 재난과 무너진 일상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강원도의 한 마을. 평소 잔잔하던 계곡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집과 논밭을 삼켜버렸다. 마을 어귀의 다리는 끊기고, 집 안 가전제품과 가구는 진흙탕 속에 파묻혔다. 그날 이후 주민들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1년 농사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며 허탈해했고,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손님은커녕 가게 문조차 열 수 없는 현실에 절망했다. 무엇보다도 당장 먹을 식량과 생필품조차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정부는 신속하게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리고 그 지원책 중 하나가 바로 ‘지역사랑상품권 지급’이었다. 처음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일부 주민은 의문을 가졌다.
“현금이 아닌 상품권을 줘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상품권이 지급되자, 그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도움
피해 주민 김 씨는 상품권 50만 원어치를 손에 쥔 날, 바로 동네 마트로 향했다. 침수로 인해 쌀과 라면, 생필품이 모두 망가져버린 상황에서 당장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금처럼 바로 쓸 수 있어 좋았다”며 안도했다.
옆집 박 씨 가족은 매일 끼니를 해결하기가 막막했는데, 상품권으로 지역 식당에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동안 구호품으로 간단한 빵과 컵라면에 의존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농사를 지어온 최 씨는 폭우로 농기구가 모두 떠내려갔다. 그는 상품권으로 마을 철물점에서 농기구를 다시 장만했다. “당장 농사 준비를 할 수 있게 돼 숨통이 트였다”며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되찾았다.
이처럼 지역사랑상품권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무너진 일상을 조금씩 복원하는 ‘실질적인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사용 범위가 지역으로 제한되다 보니, 피해 주민만이 아니라 마을 상인들에게도 활기를 불어넣는 효과가 나타났다.
공동체가 살아나는 경험
지역사랑상품권의 진정한 힘은 단순한 ‘소비 촉진’에 그치지 않는다. 공동체 회복이라는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낸다.
피해 주민들이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시장을 찾고, 동네 식당을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오늘은 어디서 샀어?”, “필요한 거 있으면 내가 알려줄게”라는 대화가 오가고, 고립되었던 주민들이 다시 연결되기 시작한다.
상인들도 달라졌다. 손님이 줄어들어 한숨만 쉬던 가게들이 상품권 덕분에 다시 손님으로 북적이자, 상인들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한 슈퍼마켓 주인은 “예전보다 매출이 회복되고, 손님 얼굴 보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릉 산불 피해 당시에도, 주민들이 지급받은 지역사랑상품권을 들고 시장을 찾아 생필품과 음식을 구매하면서 지역 상권이 빠르게 살아났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우리가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었다는 점이 컸다.
재난은 사람들을 각자의 고통 속에 가두지만, 상품권은 ‘다시 연결되는 계기’가 된 셈이다.
불편한 점과 개선 요구
물론 모든 것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사용 과정에서 불편함도 드러났다.
첫째, 사용처 제한이 문제였다. 일부 주민은 “대형 가전제품을 사고 싶은데 상품권으로는 안 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일부 업종에서 사용할 수 없는 점도 불편했다.
둘째, 디지털 상품권 활용의 어려움이다. 특히 고령층 주민들은 모바일 상품권 사용법을 몰라 곤란을 겪었다. “앱을 어떻게 켜는지 모르겠다”는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셋째, 지급 시기와 방식의 지연이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하루하루가 급한데, 행정 절차가 길어 상품권 지급이 늦어지는 경우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개선책을 모색 중이다. 예를 들어, 고령층 대상 종이 상품권 병행 지급, 사용처 확대, 마을 단위 안내 서비스 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제도의 실효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희망을 심어주는 제도
특별재난지역 지역사랑상품권은 단순히 경제 지원을 넘어, 재난 극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피해 주민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을,
소상공인에게는 영업을 이어갈 동기를,
지역사회에는 공동체 회복의 희망을 심어준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지원받는 존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소비자이자 경제 주체로서 당당하게 다시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상품권을 사용한다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이는 주민들에게 “나는 아직 이 지역의 한 구성원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심리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과제와 기대
앞으로 특별재난지역 지역사랑상품권 제도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디지털 격차 해소: 고령층도 쉽게 쓸 수 있도록 종이 상품권 유지 및 사용 교육 확대
사용처 다변화: 생필품뿐 아니라 재건에 필요한 자재, 가전제품 등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확대
신속 지급 체계: 재난 직후 신속히 지급되어야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음
심리적 지원 연계: 상품권 지원과 함께 상담, 공동체 프로그램과 연결해 주민들의 정신적 회복까지 도울 필요
이런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지역사랑상품권은 단순한 경제 지원을 넘어 재난 극복의 핵심 제도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재난은 한순간에 삶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그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키는 데에는 작은 손길, 작은 정책이 큰 힘이 되기도 한다. 특별재난지역 지역사랑상품권은 피해 주민의 손에 쥐어진 작은 희망의 씨앗이다.
그 씨앗이 마을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주민과 상인을 연결하며, 공동체를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앞으로도 이 제도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재난을 함께 이겨내는 사회적 연대의 상징”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대한다.
